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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차의 '초격차'는 어쩌다 정비소가 됐나

ZDNet Korea · KR · Hardware · 11/1/2026, 11:56:39 PM

[지디넷코리아]'초격차'. 경쟁자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기업과 경쟁력에 붙는 수식어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현대자동차 3분기 실적발표에서 '초격차'라는 말이 향한 곳은 미래의 자동차 기술이 아니라 정비소였다. 중국 전기차 업체와의 차별점을 설명하며 현대차가 꺼낸 것은 새로운 주행 기술도, 배터리 성능도 아니었다. 국내에 1000곳 넘게 구축한 서비스 네트워크였다.이날 현대차는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거센 안방 시장 공세를 인정하면서 대응 전략으로 금융상품과 정비망을 내세웠다. 국내 전기차 서비스 거점이 1000곳 이상인 반면 테슬라는 약 17곳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이를 중국 업체들과 초격차를 벌려 놓은 분야로 강조했다.촘촘한 정비망은 분명 자동차 제조사의 소중한 자산이자 경쟁력이다. 신속한 수리와 부품 공급은 고객의 신뢰를 좌우한다. 그러나 수십 년간 안방 시장에서 구축한 정비망을 앞세워 '초격차'를 선언하는 것은 궁색한 자아도취(?)로 들린다. 오랜 사업 기반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과 이를 새로운 기술적 성취로 평가하는 것은 별개다. 과거에 쌓은 강점만으로 미래의 경쟁력까지 증명할 수는 없다.안방 시장에서 이미 진입 장벽을 확보한 기업이 경쟁사보다 많은 정비 거점을 가졌다는 사실은 놀라운 기술적 성취와는 거리가 있다. 좋은 사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설명과 경쟁자가 따라오기 어려운 '초격차'를 확보했다는 선언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수십 년간 안방 시장에서 쌓은 기반을 앞세워 미래 경쟁력까지 증명한 듯 말할 수는 것은 조금 낯간지럽다.불과 몇 년 전 현대차를 향한 세계 자동차 산업의 시선은 달랐다.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앞세워 추격자에서 세계 3위라는 선도 기업으로 도약했다. 아이오닉5와 기아 EV6는 디자인과 충전 기술, 공간 활용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아이오닉5는 2022년 세계 올해의 자동차에, EV6는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현대차의 변화는 경영 학계의 연구 대상이 되기도 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은 2022년 현대차그룹을 '빠른 추격자에서 게임 체인저로'라는 사례연구로 다뤘다. 토요타와 폭스바겐을 추격하던 기업이 전기차 시대에는 산업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기대였다. 그것이 현대차가 강조해온 '퍼스트 무버'의 의미였다.그랬던 현대차가 이제 초격차의 근거로 정비 거점과 부품 공급 시간을 내세운다. '현대차를 선택해야 할 이유'를 묻는 시장에 '고장 나면 더 빨리 고쳐준다'는 설명만으로 충분한가. 시장이 기대하는 것은 사후 서비스의 우위에 더해 자동차 자체의 차이를 보여주는 일이다.현대차의 혁신이 주춤한 사이 테슬라는 국내 일부 차량에 운전자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을 도입했다. 적용 범위와 안전성에는 한계가 있지만,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를 강조하면서도 아직 소비자가 체감할 성과를 내놓지 못한 현대차와 대비된다. 한때 경쟁사에 기술적 과제를 던졌던 현대차가 이제는 경쟁사가 제시한 기준에 답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소비자가 체감할 혁신을 묻는 이유는 높아진 구매 문턱에도 있다. 2022년 1866만원이던 아반떼 가솔린 시작 가격은 올해 2398만원으로 532만원(28.5%) 올랐다. 투싼도 2584만원에서 3140만원으로 556만원(21.5%) 상승했다. 기본 사양과 세금 기준에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지만, 가장 저렴한 모델을 사는 데 필요한 금액이 수백만원 늘었다는 점은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원자재와 인건비 상승, 안전·편의 사양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높아진 가격만큼 소비자가 체감할 혁신도 뒤따라야 한다.현대차는 잦은 가격 조정이 중고차 가치와 고객에 대한 약속을 훼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리가 있지만 중고차 가치와 신차의 가격 경쟁력은 별개의 문제다. 소비자는 현대차가 쌓아온 역사에 돈을 지불하는 게 아니라 지금 구매하는 자동차의 가치에 돈을 낸다.경쟁자들의 도전은 거침없다. 테슬라는 최근 차세대 로드스터로 '날으는 자동차'를 선보였다. 로드스터가 공중으로 솟아올라 대형 트럭을 포함한 차량 5대를 뛰어넘는 순간 현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실제 양산과 안전성 검증은 별개지만, 자동차의 가능성을 어디까지 넓힐 수 있는지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사이 현대차가 내세운 초격차는 정비센터의 숫자였다.물론 현대차그룹도 수소전기차와 로보틱스 등에 투자하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지금 살 수 있는 자동차에서 과거 아이오닉 5에 버금가는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정비망과 금융 혜택은 구매를 뒷받침하는 조건이다. 여기에 소비자가 현대차를 선택하게 할 제품과 기술의 매력이 더해져야 한다."기업의 성공에는 스스로를 파괴할 씨앗이 담겨 있다."인텔을 이끌었던 앤디 그로브의 경고다. 과거의 성공은 자산이지만 변화에 둔감해지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폭스바겐과 닛산 등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오랜 역사와 브랜드의 명성이 미래의 경쟁력까지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현대차가 풀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기술을 실제 양산차에서 구현하고, 배터리와 충전 기술에서도 새로운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높아진 차값에 걸맞은 가치를 증명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의 선택지도 되살려야 한다. 투자 규모나 미래 사업에 대한 선언이 아니라 소비자가 체감하는 결과물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현대차는 내년 창립 60주년을 맞는다. 제조 역량과 서비스 기반은 분명 자산이지만 과거의 성공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퍼스트 무버'라는 이름은 오래된 명성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로 증명해야 한다. 정비망의 숫자보다 경쟁사가 따라올 수밖에 없는 자동차를 다시 선보여야 할 때다.현대차가 지켜야 할 것은 60년 기업의 자존심이 아니라, 그 자존심을 만들어낸 혁신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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