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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넘게 잠겨 있던 자물쇠, CT 스캔으로 비번 풀었다

ZDNet Korea · KR · Hardware · 11/6/2026, 11:45:10 PM

[지디넷코리아]영국 엘리자베스 시대에 제작된 400여 년 된 자물쇠가 처음으로 열렸다. 연구진이 엑스레이 영상 기술을 활용해 네 글자로 된 비밀번호를 해독하는 데 성공하면서다.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1583년 웨일스 해안에서 폭풍우에 휘말려 난파한 영국 선박 '앤 프랜시스호'의 보물 중 하나인 황동 자물쇠가 풀렸다고 최근 보도했다.연구진은 이 자물쇠가 과거 배에 실려 있던 궤짝을 잠그는 데 사용됐으며, 이후 궤짝 안의 보물과 분리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앤 프랜시스호에 실려 있던 화물 일부는 난파 당시 회수됐지만, 나머지는 바다에 가라앉았다. 이후 수백 년이 지나서야 당시 배에 실렸던 보물 일부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1996년부터 2017년까지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유물을 찾아온 피터 휴즈는 이 과정에서 자물쇠와 금화, 은화 등 다수의 유물을 발견했다.이후 자물쇠는 웨일스 국립박물관에 인수됐으며, 박물관은 카디프대학교 연구진과 협력해 자물쇠의 비밀번호를 해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연구진은 자물쇠 내부 구조를 살펴보기 위해 마이크로 CT 스캔 기술을 활용했다. 이 기술은 수천 장의 엑스선 이미지를 촬영한 뒤 이를 조합해 3차원(3D) 디지털 영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3D 영상에 나타난 내부 홈의 위치와 자물쇠 외부에 새겨진 글자를 대조한 끝에 네 글자로 된 비밀번호 'ANCE'를 알아냈다. 마침내 400여 년 동안 잠겨 있던 자물쇠를 여는 데 성공했다.영국 카디프대학교 근골격 생체역학 연구소 데이비드 윌리엄스 연구원은 "우리는 보통 이 기술을 뼈나 다른 생물학적 구조를 연구하는 데 사용하는데, 400년 된 자물쇠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400년 된 미스터리를 풀 기회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앤 프랜시스호는 상인이자 악명 높은 밀수업자였던 프랜시스 샥스턴이 소유한 선박이다. 앤 프랜시스호는 스페인에서 영국으로 돌아오던 1583년 12월 28일 저녁 거센 폭풍을 만났다. 항로를 이탈한 배는 결국 마르감 해변 인근에서 침몰했다. 당시 작성된 기록에는 난파 사고가 발생한 달에 선원 14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들이 앤 프랜시스호의 선원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난파 사고가 발생하자 지역 주민들은 배에 실려 있던 물품을 서둘러 약탈했다. 난파선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 한 웨일스 귀족은 압수한 물품 목록을 작성했는데, 여기에는 대포와 총기, 돛대 조각, 스페인 은제품 등이 포함됐다. 특히 자물쇠가 부서진 상자 세 개도 목록에 올라 있었다.웨일스 기록보관소는 이번에 발견된 자물쇠가 이들 상자 중 하나를 잠그는 데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배가 침몰한 지 수 세기가 흐른 뒤, 휴즈는 해변에서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유물을 찾던 중 스페인 은화와 동전 무게추 등이 발견된 장소 인근에서 자물쇠를 발견했다.휴즈는 "자물쇠의 뛰어난 세공 기술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양호한 보존 상태에 놀랐다"며 "400년 넘게 모래 속에 묻혀 있었는데도 다이얼이 부드럽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년간 자물쇠를 직접 열어보려 했지만, 정확한 비밀번호를 찾아내지는 못했다.이후 웨일스 국립박물관이 자물쇠를 인수했지만, 연구진은 다이얼 내부에서 모래알이 움직이는 소리가 나는 점을 우려했다. 1000가지가 넘는 조합을 일일이 시험하는 과정에서 자물쇠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진은 직접 다이얼을 돌리는 대신 마이크로 CT 스캔 기술을 활용했고, 결국 정확한 네 글자 비밀번호를 밝혀냈다.웨일스 국립박물관의 화폐학·웨일스 경제 담당 수석 큐레이터 알래스테어 윌리스는 "엘리자베스 시대의 조합식 자물쇠는 영국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이번 자물쇠는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하고 연대가 확인된 난파선과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며 "비밀번호라는 흥미로운 미스터리까지 간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이어 "이제 비밀번호를 알아낸 만큼 당시 소유자가 'ANCE'라는 글자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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