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디넷코리아]지난 10월 30일(현지시간) 레딧(reddit) 주가는 하루 만에 29.22% 떨어진 91.73달러로 마감했다. 2024년 상장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이다. 전날 장 마감 뒤 발표한 3분기 실적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매출은 8억95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53% 늘었다. 광고 매출도 54% 증가한 8억4700만달러였다. 순이익은 2억8300만달러를 기록했다.레딧은 주제별 온라인 커뮤니티가 모여 있는 거대한 토론 및 정보 플랫폼이다. 한국으로 치면 디시인사이드, 네이버 카페, 각종 커뮤니티를 한 플랫폼 안에 묶어놓은 형태에 가깝다.시장이 반응한 것은 실적표 바깥의 문장이었다. 레딧은 주주서한에서 구글 검색을 거쳐 들어오는 방문이 3분기에 크게 줄었고, 분기 후반으로 갈수록 감소 속도가 빨라졌다고 밝혔다. 10월에는 검색 유입이 주당 평균 100만 건 넘게 줄었다. 레딧은 이 추세가 이어지면 4분기 하루 순방문자 수가 10% 초반대 비율로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4분기 매출 전망치인 10억~10억3000만달러도 시장 예상에 못 미쳤다. 투자자들은 이미 번 돈보다 앞으로 들어올 사람의 수를 보고 주식을 팔았다.스티브 허프먼 레딧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직후 콘퍼런스콜에서 원인을 구글의 AI 검색 기능으로 지목했다. 그는 "사람들은 여전히 레딧을 원한다. 다만 구글이 예전처럼 사람들을 레딧으로 보내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필자가 보기에 이번 일은 예견된 결과다. 구글에서 무언가를 검색했을 때 맨 위에 뜬 AI 요약(AI 오버뷰)만 읽고 창을 닫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요약이 인용한 링크나 그 아래 검색 결과까지 꼼꼼히 열어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수치도 이 경험과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작년 3월 미국 성인 900명의 실제 검색 기록을 분석한 결과, AI 요약이 나온 검색에서 사용자가 일반 검색 결과를 누른 비율은 8%였다. 요약이 없는 검색(15%)의 절반 수준이다. 요약 안에 달린 출처 링크를 누른 비율은 1%에 그쳤다.구글은 전체 클릭 수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레딧은 이 변화에 특히 취약한 자리에 있다. "이 제품 써 본 사람 후기", "이 증상 겪어 본 사람" 같은 질문에 사람들이 직접 쓴 답을 쌓아 온 곳이 레딧이다. AI 요약이 그대로 정리해 보여 주기 쉬운 것도 바로 그런 답이다.트래픽에 기대 광고를 붙이던 다른 회사가 먼저 이 길을 걸었다. 숙제 풀이 사이트 체그(Chegg)는 2025년 2월 구글의 AI 요약이 자사 콘텐츠 수요를 잠식한다며 구글을 제소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AI의 새로운 현실과 구글이 콘텐츠 사업자에게 보내는 트래픽 감소"를 이유로 전 직원의 45%인 388명을 감원했다.레딧은 이런 날을 미리 대비한 회사다. 2024년 구글, 오픈AI와 잇따라 데이터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게시물 데이터를 AI 학습·서비스용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구글과의 계약 규모는 연 6000만달러 수준으로 보도됐다. 광고 하나에 기대지 않고 두 번째 수익 경로를 만들어 둔 셈이다.다만 이 경로의 크기를 정확히 봐야 한다. 데이터 라이선스 매출이 포함되는 레딧의 '기타 매출'은 3분기 48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35% 늘었다. 같은 기간 광고 매출은 8억4700만달러였다. 기타 매출은 전체 매출의 5% 남짓이다. 미국 증권사 칸토어피츠제럴드의 분석가는 AI 기업들과의 라이선스 계약이 내년 상반기에 만료를 맞는다고 짚었다.허프먼은 콘퍼런스콜에서 구글이 지금도 레딧 페이지를 예전만큼 열심히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이 이번 사건의 구조를 압축한다. 레딧의 데이터는 지금도 구글로 간다. 돌아오지 않는 것은 사람이다. 데이터 라이선스는 구글의 수집에 값을 매긴 계약일 뿐, 줄어든 방문자를 되돌려 주지 않는다. 게다가 데이터를 사는 구글은 그 데이터로 방문자를 자기 검색 화면에 붙잡아 두는 회사이기도 하다. 파는 쪽의 협상력이 클 수 없는 구조다.그래서 레딧의 다음 수는 데이터 판매 확대가 아니라 로그인이다. 레딧은 이번 실적 발표와 함께 모든 이용자에게 계정 로그인을 요구하는 테스트 계획을 밝혔다. 레딧에 따르면 로그인 이용자와 앱 이용자가 수익의 80% 이상을 만든다. 구글이 사람을 보내 주지 않는다면 이미 온 사람을 직접 붙잡겠다는 선택이다. 비로그인 방문자가 더 빠르게 떠날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레딧의 사례는 두 가지를 보여 준다. 첫째, 수익 경로를 미리 여러 개 만들어 둔 회사만 이런 충격을 버틸 시간을 번다. 둘째, 이미 웹에 공개된 텍스트는 팔아도 큰돈이 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값이 오르는 데이터는 무엇인가. 해외와 국내의 몇몇 회사가 그 답을 현장에서 찾고 있다.뉴욕의 스타트업 시프트(Shift)는 2026년 5월 말부터 가정 청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조건은 청소 작업자가 머리에 카메라를 쓰고 작업 과정을 촬영하는 것이다. 영상은 개인정보를 지운 뒤 가정용 로봇을 개발하는 AI 연구소에 라이선스된다. 이 서비스는 독일 데이터 기업 마이크로AGI(MicroAGI)가 운영한다. 여기서 청소는 수집 수단이고, 실제 상품은 빨래를 개고 싱크대를 닦는 사람의 손동작 데이터다.중국 징둥(JD.com)은 2026년 3월 택배기사와 배달원, 물류 인력을 동원해 2년 안에 실제 현장 영상 1000만 시간을 모으겠다고 발표했다. 착용형 카메라를 나눠 주고 최대 60만 명을 수집 인력으로 참여시키는 계획이다. 4월에는 수집·저장·라벨링을 묶은 데이터 인프라를 내놓으면서 로봇 학습 데이터를 사고파는 거래 플랫폼도 공개했다. 배송망 자체를 로봇 학습 데이터 공장으로 쓰겠다는 구상이다.국내에서는 방문요양 기업 케어링이 2025년 10월 '모션 스케일 사업부'를 신설했다. 휴머노이드 돌봄 로봇 개발에 필요한 동작 데이터를 생성·분석·학습하는 조직이다. 케어링은 요양보호사 1만 명 이상을 직접 고용하고 센터를 직영한다. 그래서 가정 안에서 이뤄지는 돌봄 행동 데이터를 본사가 직접 모을 수 있다. 마음AI, 해외 로봇 스타트업 미러미(MirrorMe)와 피지컬 AI 공동 개발 협약도 맺었다.세 회사의 공통점은 데이터 판매를 부업으로 붙인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들의 본업은 남의 집 거실과 골목길, 어르신의 방에서 이뤄진다. 모두 웹 크롤러가 닿지 못하는 곳이고, 이들은 그 점을 자산으로 바꿨다. 로봇이 배워야 할 물건 집기, 들어 올리기, 부축하기 같은 동작은 인터넷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레딧이 판 데이터가 이미 공개된 글이었다면, 이들이 파는 데이터는 사람이 현장에 가야만 생기는 기록이다.물론 이 길에도 비용이 있다. 시프트의 무료 청소는 출시 직후 집 안 영상의 사생활 침해 우려로 비판을 받았다. 동의와 비식별화, 보관 기간을 설명하지 못하면 현장 데이터는 그 자체로 위험 요인이 된다.트래픽을 모아 노출 광고를 파는 공식은 검색 엔진이 사람을 보내 준다는 전제 위에서만 작동했다. 그 전제가 흔들리는 지금, 같은 공식을 더 열심히 돌리는 것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살아남는 방법은 하나의 경로에 기대지 않는 다양한 접근이다.다만 그 다양성을 '데이터도 팔자'는 말로 줄이면 레딧의 절반만 본 것이다. 레딧이 먼저 깨달은 것은 이미 공개된 데이터의 값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결국 사용자와의 직접 관계로 돌아갔다. 시프트와 징둥, 케어링은 AI가 대신 가 줄 수 없는 현장에 자기 인력이 있다는 사실을 사업의 중심에 놓았다.국내 기업이 지금 점검할 질문은 두 가지다. 우리 사업에서 크롤러가 이미 가져간 것은 무엇이고, 아직 가져가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검색 엔진이 사람을 보내 주지 않아도 고객이 우리를 다시 찾을 이유가 있는가. 레딧은 그나마 대비해 온 회사였다. 그런 회사의 주가가 하루에 29% 빠졌다. 10월 30일의 하락은 준비하지 않은 회사들에 대한 경고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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