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디넷코리아]엔비디아가 일반 소비자용으로 공급하는 그래픽카드 중 최상위 제품인 지포스 RTX 5090을 중국에서 대량 구매해 AI 서버용 가속기로 개조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게이머를 위해 출시된 제품이 AI 연산용으로 전용되며 시장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홍콩 IT 매체 HKEPC는 지난 23일 X(구 트위터)에 공개된 영상을 확보해 "중국 한 대형 작업장에서 엔비디아 지포스 RTX 5090 그래픽카드를 대량 분해하고 개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지난 9월 HKEPC는 중국 업체들이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대량 구매해 AI 워크스테이션용으로 개조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당시 제기된 의혹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정황이다.시장조사업체 존페디리서치(JPR)에 따르면 올 2분기 세계 PC용 GPU 출하량은 약 7550만 개로 전분기 대비 10.4% 증가했다. 데스크톱용 외장 그래픽카드 출하량도 약 1250만 장으로 전분기보다 5.9% 늘었다.통상 2분기 GPU 출하량은 전분기보다 감소하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또 데스크톱 PC용 프로세서 출하량은 줄었지만 외장 GPU 출하량은 오히려 늘어나는 다소 특이한 양상을 보였다.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반 소비자가 아닌 특수한 용도로 그래픽카드를 사들이는 이른바 '큰 손'의 존재를 의심하기도 했다.HKEPC가 입수해 공개한 영상 속 작업장은 통상적인 그래픽카드 수리 업체가 아니라 소규모 제조사에 가깝다. 여러 작업자가 생산라인을 따라 그래픽카드를 분해하고 개조를 마친 제품을 검사하는 모습이 담겼다.이들은 기존 그래픽카드에서 GB202 GPU와 메모리를 분리한 다음 미리 제작된 인쇄회로기판에 옮겼다.개조 대상이 된 그래픽카드는 에이수스와 기가바이트, PNY 등 주요 제조사 제품 뿐만 아니라 엔비디아가 직접 설계·공급하는 파운더스 에디션까지 다양하다.또 게임용 그래픽카드에 장착된 대형 냉각장치 대신 부피를 줄인 블로어 방식 냉각장치를 붙였다. 이는 한정된 서버 공간에 더 많은 GPU를 장착하고 냉각 효율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조하는 절차다.이번 영상은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에도 중국 내에서 이를 우회해 RTX 5090을 대량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출 통제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엔비디아는 미국 정부 AI 규제에 따라 지포스 RTX 5090의 연산 성능을 제한한 '지포스 RTX 5090D'를 공급해 왔다. 기존 RTX 5090의 AI 처리 성능은 최대 3352 TOPS 수준이지만 RTX 5090D는 이를 2375 TOPS 수준으로 약 29% 가량 낮췄다.또 작년 8월에는 메모리 용량을 32GB에서 24GB로 줄이고 메모리 대역폭까지 낮춘 RTX 5090D V2를 추가로 내놨다.그러나 HKEPC가 공개한 영상에는 중국 판매가 불가능한 일반 RTX 5090 제품이 대량 등장한다. 중국 이외 국가를 통과하는 우회 수출이나 밀반입 등으로 의심된다.일반 소비자용 그래픽카드가 게임이 아닌 채굴 등 용도로 전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2020년 코로나19 범유행이 시작된 이후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거래 가격이 치솟자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 시리즈, AMD 라데온 6X00 XT 등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채굴에 동원되기도 했다.엔비디아는 2021년 5월 지포스 RTX 3080 등 당시 최신 그래픽카드의 드라이버와 펌웨어 등에 이더리움 연산 능력을 제한하는 LHR(Lite Hash Rate) 기술을 적용했다. 게임 성능은 유지하면서 특정 채굴 작업의 효율을 낮췄다.일반 소비자용 RTX 5090 그래픽카드의 AI 연산 성능을 임의로 떨어뜨리는 것도 이론상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다.지포스 RTX 50 시리즈는 AI 연산 능력을 활용하는 DLSS 업스케일링과 프레임 생성, DLSS 5의 신경망 렌더링 등을 주요 기능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AI 연산 성능을 일부 제한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게임 성능까지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또 GPU를 어느 용도로 활용하는지 감시하고 제한하는 방식은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27일 커넥트웨이브 가격비교서비스 다나와에 따르면, GDDR7 32GB 메모리를 장착한 지포스 RTX 5090 그래픽카드 거래가는 9월 말 900만원 전후였다.그러나 한 달새 가격이 40% 이상 올라 현재는 1300만원 전후에서 거래된다.제프 피셔 엔비디아 개인 컴퓨팅 사업부 수석부사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RTX 5090 공급망과 생산능력에 일부 제약이 있지만 제품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그러나 생산량을 늘려도 소비자용 그래픽카드가 AI 서버로 대거 유입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공급 확대가 실제 게이머들의 구매 부담 완화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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